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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뉴스]만취 상태서 당한 '강제 사정'… 법조계 "명백한 준강간" vs "처벌 어려워"
술 취해 '항거불능' 상태였다면 엇갈린 법률가들의 격론
“안 된다, 하지 마라 했는데…”
사업상 만난 지인에게 술에 취해 성폭행을 당했다는 한 여성의 호소.
해당 사건을 두고 법조계에서도 '특정 행위만 거부한 것이라 처벌이 어렵다'는 신중론과 '명백한 준강간'이라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핵심은 술에 취해 저항이 불가능한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범죄라는 것.
대법원 판례를 통해 본 유무죄의 향방을 짚어봤다.
농담이 오가던 술자리, 악몽이 되다
A씨에게 비극은 사업적 교류를 약속한 지인 B씨와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B씨는 “친구들을 많이 소개해 주면 나도 사람을 많이 소개해 주겠다”고 했고, A씨는 이를 위해 B씨의 친구를 만나는 자리에 나갔다.
4월 22일, 각자의 친구를 동반한 술자리는 B씨 측의 거듭된 권유로 시작된 술 게임으로 변질됐다.
빠르게 술에 취한 A씨는 2차로 옮긴 B씨의 집에서 만취 상태에 빠졌다.
소파에 누워 담요를 머리끝까지 덮고 있던 A씨를, B씨는 화장실로 잡아끌어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다.
관계 도중 B씨가 “사정해도 되냐”고 묻자 A씨는 “안 된다, 하지 마라”고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B씨는 이를 무시했다.
관계 직후 몸도 가누지 못하고 잠든 A씨는 다음 날 아침, 집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와 사후피임약을 복용하며 악몽 같은 밤을 곱씹어야 했다.
“사정만 거부한 셈”… 엇갈리는 법률가들의 시선
A씨의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의 초기 의견은 엇갈렸다.
법무법인 서울제일의 신정현 변호사는 “성관계는 허락했는데 사정만 하지 말라고 한 것이라면 처벌하기 어렵습니다”라며 A씨가 의식을 완전히 잃지 않은 점을 불리한 정황으로 지적했다.
법무법인 대명의 김순용 변호사 역시 “피해자가 질내 사정을 거부한 취지라면 성행위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가해자 측이 ‘피해자의 협조 없이는 성행위가 불가능했다’고 방어할 것을 예상하며 강간죄 성립의 어려움을 시사했다.
이들의 시각은 성관계 도중 특정 행위에 대한 거부가 과연 성관계 전체에 대한 거부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딜레마를 드러낸다.
핵심은 ‘항거불능’… 판례가 가리키는 유죄의 증거들
그러나 성범죄 전문 변호사들은 ‘항거불능’ 상태에 주목하며 다른 결론을 내렸다.
이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했을 때 성립하는 ‘준강간죄’(형법 제299조)의 핵심 요건이다.
심지연 변호사는 A씨의 고소 전략에 대해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당하고 질내 사정까지 당했다고 진술해야 합니다. 그래야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라고 정확히 짚었다.
성관계 자체를 원치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진 변호사 역시 “명백한 강간에 해당합니다”라며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촉구했다.
실제 대법원 판례(2019도10678)는 의식이 있더라도 알코올의 영향으로 저항력이 현저히 저하됐다면 항거불능으로 인정한다.
법조계는 ▲짧은 시간에 많은 술을 마신 점 ▲수동적으로 끌려간 정황 ▲관계 직후 바로 잠든 상태 ▲다음 날 도망치듯 현장을 벗어난 점 등을 종합할 때 준강간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조연지 기자 yj.jo@lawtalknews.co.kr
출처: https://lawtalknews.co.kr/article/WOY8QX4E5NR1 202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