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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뉴스] "합의 안 해준다고? 형사공탁으로 선처받으면 돼" 이 주장, 절반만 맞습니다
12월부터 개정 공탁법 시행, 피해자 동의 없이도 형사공탁 가능하지만
변호사들 "공탁과 합의는 별개" 지적하는 이유
회사 동료에게서 성범죄를 당한 A씨. 가해자는 혐의를 내내 부인했다. 그러다 막상 재판이 시작되자 변호인을 통해 "합의하고 싶다"며 A씨에게 연락을 해왔다. 하지만 가해자가 보이는 태도는 용서를 구한다기보단 '합의금 흥정'에 가까웠다.
A씨가 합의를 거듭 고사하자 급기야는 공탁법 개정안을 들먹였다. "오는 12월부터는 공탁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며 "합의해주지 않아도 공탁을 하면 선처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였다.
피해자 의지와 상관없이 가해자가 선처받는다니, A씨는 믿기 어려웠다. 가해자가 하는 주장이 사실인지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공탁과 합의는 별개, 처벌 원하면 공탁금 수령 대신 엄벌탄원서 제출
형사공탁은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법원에 일종의 합의금을 맡겨 반성의 뜻을 나타내는 제도다. 기존엔 피해자 인적 사항을 알지 못하면 형사공탁을 할 수 없었고, 이를 확인하려면 법원을 통해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그런데 개정 공탁법은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없을 때도 사건번호만으로 공탁이 가능하도록 특례를 신설했다(제5조의2). 공탁 절차에서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개정 공탁법은 오는 12월 9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대해 심앤이 법률사무소의 심지연 변호사는 "실제로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공탁이 가능해지는 건 맞다"고 답했다. 다만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가 부당하게 감형받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동광의 민경철 변호사도 "공탁과 합의는 전혀 별개"라며 "설령 법이 바뀌어 (피해자 동의 없이) 공탁을 했다고 그게 합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특히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의 경우, 합의와 형사공탁의 효과가 다른 형사 사건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상대방이 형사공탁을 해도, 성범죄 피해자인 A씨의 용서 없이 감형받기 쉽지 않다는 취지다. 법무법인(유) 동인 이철호 변호사 역시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의 용서가 우선"이라고 했다.
가해자의 처벌을 원한다면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고, 법원에 엄벌탄원서를 제출하면 된다고 변호사들은 말했다. 심지연 변호사는 "엄벌탄원서를 통해 가해자가 공탁을 해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면 된다"며 "별도의 민사 소송을 통해 피해보상을 받겠다고 강하게 주장해도 된다"고 했다.
민경철 변호사는 "이 사건 가해자의 경우, 사과도 없이 형사공탁을 빌미삼아 합의금을 적게 주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엄벌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최회봉 기자: caleb.c@lawtalknews.co.kr
출처: https://lawtalknews.co.kr/article/4SJM45DA6R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