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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스토킹범 영장 기각... ‘자가 보유·경제적 여력’이 사유라는 판사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가 스토킹 범죄 피의자 등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그 사유로 “아파트 자가 보유” “경제적 여력이 있다” 등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 발부 기준은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염려, 도망 염려 등 세 가지이다. 해당 판사는 이 가운데 ‘도망 염려’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피의자의 생활 형편’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법조인들은 “법원이 범죄 피해자들의 심정을 고려하지 않고 피의자의 상황만 기계적으로 따진 것 같다”고 말했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5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27일 경기 일산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가 식당 주인을 강제로 추행하려고 했다. 근처에 있던 식당 주인의 남편이 이를 제지하자 A씨는 소주병을 들어 큰 소리를 지르고 갑자기 바지를 내려 성기를 노출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이어 A씨는 가위를 집어들어 찌를듯이 위협하면서 식당 주인을 밀쳐 넘어뜨렸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112 신고를 받은 현장에 출동해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이튿날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도 같은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전과 11범으로 조사됐다. 특히 1년 전 저지른 범죄로 인해 이 사건 당시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달 29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김모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로 “증거 수집이 돼 있고, 도주 우려가 없어 보인다”면서도 “(A씨는) 아파트를 자가로 소유하고 있으며 사회적 유대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 김 판사는 같은날 스토킹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30대 남성 B씨는 지난해 7~11월 옆 건물에 사는 피해 여성을 지속적으로 스토킹 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B씨는 집 창문 너머로 피해 여성의 모습을 몰래 촬영하거나, 피해 여성의 집 안에 몰래 들어가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 판사는 B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하면서 “(B씨는) 사회적 유대관계가 있으며 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다. 현재는 (피해 여성이 살고 있는 곳과) 다른 지역으로 이사갔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피해 배상을 할 의사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으며 그럴 경제적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김 판사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두고 법조계에선 “자가 명의로 아파트를 보유했다거나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시키지 않는다면, 고통을 당한 피해자들은 거리를 활보하는 피의자 때문에 두려움 속에 지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지만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피의자는 구속시키겠다는 것인가”라면서 “돈 있고 집 있는 사람들을 위한 황당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형사 사건 전문인 한 변호사는 “전과 11범인 피의자가 ‘자가 보유’를 이유로 구속을 면한 건 이례적”이라면서 “제2, 제3의 범죄가 발생하면 법원이 그때 가서 뭐라고 할 지 궁금하다”고 했다.
현재 심앤이에서 진행중인 사건의 관련 기사입니다. 심앤이는 이 사건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담당 수사관과 공조해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이끌어냈고, 이러한 노력 끝에 사건이 중하게 평가되어 다시금 구속영장재심사를 위하여 보완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입니다.
이세영 기자
출처 https://www.chosun.com/national/court_law/2024/02/10/TR2MZYNNEZFFFHBCJQXHUNF7R4/?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