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로톡뉴스] 지인이 헤르페스 2형(성병)을 옮겨놓고, 민사든 형사든 법대로 하라는데….
성관계로 인해 성병에 걸렸다면 상대방을 상해죄나 과실치상죄로 고소 가능
그러나 범죄의 고의성, 인과관계 등의 어려움으로 ‘패소’ 가능성 커
A씨가 1년 만에 만난 남자 지인과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갖게 됐다. 그런데 이틀 뒤 A씨의 몸에 궤양이 생기고 발열 증상이 나타났다. A씨가 산부인과에서 검사해 보니 성병으로 분류되는 헤르페스 2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왔다.
이에 A씨가 해당 남성에서 연락하니,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A씨가 치료비 영수증을 보내자 “나에게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그러니 민사든 형사든 법대로 하라”고 발뺌한다.
그러면서 그는 자꾸 연락하면 스토킹으로 신고한다고 되레 큰 소리다. 이에 A씨는 상대방을 고소할 수 있을지, 변호사에게 자문했다.
범죄 성립하려면 ①상대방이 성병 감염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고의성)과 ②A씨가 상대방과 성관계했기 때문에 병이 옮았다는 사실(인과관계)을 입증해야
성관계로 성병을 옮긴 사람에게 상해죄가 적용될 수 있지만,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에게 상해의 고의가 있고, 가해자 때문에 성병이 옮았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캡틴법률사무소 홍성환 변호사는 “상대방이 성병 걸린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성관계해 고의로 성병을 옮겼다면 상해죄에 해당하고, 성관계 당시에 어느 정도 감염 위험을 인지했어도 전염의 고의가 없었다면 과실치상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제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이상민 변호사는 “성병을 옮긴 행위는 상해 나 과실치상죄가 될 수 있는데, 혐의가 인정되려면 상대방이 성병을 가지진 사실을 알고 있었고, A씨에게 그 병을 옮겼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따라서 상대방에게 상해죄가 성립하려면, 그가 성병에 걸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과 그와 성관계한 것 때문에 성병이 옮았다는 사실을 A씨가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심앤이 법률사무소 심지연 변호사는 “A씨가 상대방을 고소할 경우, 객관적으로 승소 가능성이 작다”며 “성병 사건에서는 가해자에게 옮았다는 것만 가지고는 피해자가 승소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심 변호사는 “승소하려면 성관계 전에 가해자 스스로 자기가 성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숨겼다는 것까지 입증해야 하는데, 이 대목에서 대다수 피해자가 좌절한다”며 “남자는 성병에 걸렸어도 증상이 아예 안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부분은 고소해서 가해자의 과거 의료기록을 조회해 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남성은 성병에 걸렸어도 증상이 아예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A씨가 상대방을 고소했다가 패소하더라도, 무고죄로 역고소당하는 등의 불이익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심지연 변호사는 “A씨가 상대방을 상해죄 등으로 고소했다가 무혐의로 패소한다고 해도 불이익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진규 변호사도 “상대방이 증거불충분 등으로 불송치 처분이 난다고 하더라도, A씨가 고소할 당시 사실관계를 토대로 고소를 진행한 것이라면 무고죄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변호사들은 또 A씨가 성병 문제로 상대방에게 계속해서 연락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억울한 마음에 상대방에게 계속 연락, 문자 등을 하고 접근시도를 하다가 오히려 스토킹 범죄로 고소를 당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유의하라”고 조언한다.
최회봉 기자 caleb.c@lawtalknews.co.kr
출처 https://lawtalknews.co.kr/article/CZCYA3LN4CQ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