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JTBC 뉴스] 성범죄 맞서다 가해자 다치면?…'정당방위' 달라진 시각
[앵커]
성폭력을 당하던 피해자가 물건을 던지거나 폭력을 휘둘러 가해자가 다쳤다면, 피해자도 처벌을 받아야 할까요? 성범죄에 저항하기 위해 한 행동이니 '정당방위'로 보고 처벌받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강현석 기자가 세월에 따라 달랐던 ' 성범죄 정당방위'를 살펴봤습니다.
[기자]
[영화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1990) : (취했어. 술 한잔했는데?) 얼굴 하나는 죽이는데]
이 장면. 허구가 아닙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장면입니다.
지난 1988년, 성범죄를 시도한 남성의 혀를 물어 자른 사건.
재판에 넘겨진 여성은, 1심과 2심에서 유죄와 무죄로 엇갈린 판결문을 받았습니다.
[영화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1990) : 만일 또다시 이런 사건이 제게 닥친다면, 순순히 당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과연 '혀를 자른 행위'가 꼭 필요했던 방어 행위였느냐… 이 부분이 쟁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지난해에도 있었습니다.
차량에서 성범죄를 시도하던 남성의 혀를 여성이 손상시켜 '중상해' 혐의를 받은 사건입니다.
결론은 '죄 안 됨'.
그런데 이유가 경찰 다르고, 검찰 달랐습니다.
[심지연/변호사 : 반항할 수 있겠다는 생각조차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혹시 나를 더 때릴까 봐, 목을 조를 것 같은 공포심을 느꼈다는 등의 진술을 보통 하시는데…]
드물지만 의미가 있습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성범죄와 양성 평등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죠.
지난 1964년, '최말자 사건'에선 당시의 사회적 인식이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남성의 혀가 잘린 건 같지만, 수사와 재판 중 "가해자와 결혼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가 하면 '키스당하는 모습을 재연하라'는 요구도 받죠.
결국 최씨는 '중상해죄'로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그땐 그랬지', '지금을 갖고 과거를 판단하냐'는 말로 넘어가기엔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상황. 맞는 걸까요.
[심지연/변호사 : 가장 적당한 방법을 이용해서만 방어행위를 해야 한다는 건데. 극심한 공포심에 놓여 있는, 그것도 물리력 차이가 큰 피해자에게 그 정도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판단을 잘못한 것 아닌가]
물론 지금은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 전향적인 판단도 나옵니다.
올해 초, 헌법재판소는 고시원에서 성추행을 한 남성을 그릇으로 때린 행동을 정당방위로 보기도 했죠.
사실 판사님들, 웬만해선 정당방위 인정하지 않죠.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입니다.
이 까다롭기 짝이 없는 정당방위에 대한 이야기,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취재협조 : 로톡)
(영상디자인 : 배윤주·심하린 / 영상그래픽 : 김지혜)
출처 :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2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