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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지연 대표변호사

징역 8월 /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처음 만나서 가끔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입니다. 이전까지는 카톡만 주고받았는데, 가해자가 자신이 운영 중인 가게에 피해자를 초대하겠다고 해서 실제로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오픈채팅으로 처음 만난 남성과 단둘이 술자리를 갖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거절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놀러가겠다’고 먼저 말을 꺼내기도 했고, 무엇보다 피해자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가해자가 알고 있어서 별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가해자는 추행을 위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행동했습니다. 넓은 홀에 있어도 되는데 굳이 가게 안쪽에 딸린 좁은 방에다 상을 차려놓았고, 피해자에게 계속 술을 권하면서 페이스를 조절을 못 하게 했습니다. 피해자는 겨우 1~2시간만에 소주 2병 정도를 마시고 비틀거릴 정도로 취한 상태가 됐습니다.

    피해자가 화장실에 가려고 몸을 일으키는데, 가해자가 피해자의 몸을 확 잡아 끌더니 갑자기 키스를 했습니다. 피해자는 너무 놀라 가해자를 밀어내며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강압적으로 키스를 시도하고, 피해자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더듬으며 추행했습니다. 가해자보다 몸집이 훨씬 작은 피해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피해자는 테이블에 놓여 있던 핸드폰을 간신히 집어 들고 통화목록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었고, 가해자는 그제서야 물러났습니다.

    피해자는 가족들에게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가해자가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용서를 해줄 생각도 있었습니다. 가해자에게 전화해서 왜 그랬냐고 따졌지만, 가해자는 반성은커녕 술에 취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핑계만 늘어놓으며 그냥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피해자는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괴로워하다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까지 복용해야 했습니다. 남자친구와의 사이도 나빠지고, 자신의 삶이 망가져버렸다는 생각에 무기력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날이 늘어만 갔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가해자가 반드시 처벌받기를 원했습니다. 가해자가 똑같은 수법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이용해서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꼭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고소하기 위해 심앤이를 찾았습니다.

  • 심앤이의 역할

    1. 공판검사님을 설득하고 가해자가 새로 제출한 증거를 무력화

    피해자의 초기 대처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수사단계는 무난하게 넘기고 정식기소처분으로 재판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해자가 재판에서 갑자기 사건 당시의 녹취록을 제출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가해자가 뒤늦게 낸 증거여서 어떤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고, 이대로 피해자 증인신문을 하게 되면 피해자는 예상치 못한 가해자 변호사의 질문에 공격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판기록 열람을 통해 어떤 증거인지 알아내려고 했으나 재판부로부터 거부까지 당했습니다.

    심앤이는 포기하지 않고 담당 공판검사님께 연락해서 자료 공유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가해자가 제출한 녹취록은 범행 당시 피해자가 추행을 당한 다음에도 가해자와 정상적으로 대화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성추행을 당했는데도 왜 곧바로 도망치지 않고 계속 가해자의 가게에 남아 있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판검사님까지도 이 내용 때문에 피해자를 의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공판검사님은 역으로 피해자가 무고죄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걱정하셨습니다.

    심앤이는 검사실로 찾아가서 면담을 해가며 공판검사님을 설득했습니다. 밤 늦은 시각 좁은 방 안에 남성인 가해자와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화를 내며 싸울 수가 없었고, 만약 도망치려고 한다던가 가해자를 자극하는 행동을 하면 더 위험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피해자가 최대한 침착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공판검사님은 처음에는 부정적인 반응이었지만, 심앤이의 노력에 점차 마음을 열고 피해자의 상황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며 재판에서 최대한 싸워보겠다고 해주셨습니다.

    2. 피해자 증인신문 대비

    증인신문에서 가해자 변호사님이 피해자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주장, 즉 '피해자다움'을 걸고 넘어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심앤이는 피해자와 여러 차례 증인신문 준비절차를 진행했습니다. 곧바로 도망칠 수 없었던 피해자의 심리, 남자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상황, 위협적인 가해자의 태도 등, 피해자답지 못한 것이 아니라 성범죄 피해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말과 행동이라는 점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도록 증인신문 답변을 자세히 준비했습니다.

    가해자 변호사님이 어떤 방식으로 질문할지 예상해서 하나하나 답변을 준비했고, 피해자의 심경이 판사님들께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답변 방향에 특히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 결과

    실제 증인신문에서는 가해자 변호사님의 공격이 대부분 예상한 범위 내에 있었고, 피해자는 미리 준비한 대로 효과적인 반박 답변을 했습니다. 결국 판사님들은 가해자가 새로 제출한 녹취록 증거를 감안하더라도 피해자의 진술이 충분히 일관되고 신빙성 있다고 판단해 주셨습니다.

    가해자는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다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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